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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뉴스

UFC314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 : 내 모든걸 다 보여주고 즐길거야.

by 깜리부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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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파이트 트레이너 그렉 잭슨은 도널드 세로니와의 경기 전 루틴이 항상 정해져 있었다고 말하곤 했다. 방식은 이랬다. 경기 날 락커룸에 들어서면 세로니는 갑자기 “왜 내가 또다시 철창 안에서 다른 남자와 싸우려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끔찍하고,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짓인가. 이런 짓을 왜 하기로 했는지 자신도 모르겠다며 이제 그만두겠다고 말한다. 이번 경기만은 이미 약속했으니 나가지만 이게 진짜 마지막이라고 선언한다.

그러면 잭슨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 마지막이야. 내일부터 은퇴하는 거다. 오늘은 진짜 제대로 해보자.” 그렇게 둘만의 작은 ‘허구’로 경기를 시작한다. 왜냐면 세로니는 싸우는 걸 원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증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이건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철창 안에서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육체적으로 끔찍한 사고가 날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세로니는 그럼에도 계속 싸움을 신청했다. 왜냐면 싸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그 과정을 좋아하는 건 힘들어했다.

이건 많은 파이터들이 공감하는 문제다. UFC 페더급 챔피언이었던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 같은 레전드도 결과만큼 그 과정을 즐기는 법을 배우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힘들어.

근데 지금에서야 조금 알게 된 것 같아.

항상 경기를 준비하고

이기고 안도의 눈물을 흘리는 게

내 패턴이었지.

근데 인간으로서 그걸

진심으로 즐기진 못했던 거야.

이번엔 내 자신에게 말했어.

손을 들어올리는 순간

'파이터 알렉스'가 아니라

진짜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로서

그걸 만끽하겠다고.

사람들은 종종 깜짝 놀란다. 그런 터프가이들이 실제론 경기 당일 생방송으로 주먹질을 하러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닉 디아즈도 그랬다. 태생부터 두려움 없는 싸움꾼처럼 보였던 그조차도 한창 경기를 준비할 땐 자신을 “어둡고 침울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기분 좋게 옥타곤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제일 싫어.

그게 진심이 아니면 미친 사람이지 뭐.

차엘 소넨 역시 어린 시절부터 레슬링 매트에서 자랐고, 거의 평생을 MMA에 바쳤으며 50회 가까운 프로 경기를 치렀지만 끝내 그것을 '즐기게 되는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게 제일 부러워.

어떤 사람들은 그걸 즐겼다잖아.

난 단 한 번도 즐기지 못했거든.

항상 스트레스였어.

하지만 그런 파이터들조차 싸움이 없는 삶엔 또다시 고통을 느낀다.

경기 잡히길 바라고 손꼽아 기다려.

근데 상대 이름을 들으면

그 순간부터 숨쉬는 것도

밥 먹는 것도 달라져.

경기 끝나면 이기든 지든

다음 경기를 또 기다리게 돼.

그게 하고 싶으면서도

제일 하기 싫은 일이야.

이상하지.

볼카노프스키가 이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 건 UFC 294에서 이슬람 마카체프에게 KO패를 당한 직후였다. 그는 자신이 너무 빨리 훈련 캠프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고 고백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렇지 않으면 머릿속이 어두운 곳으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 고백은 볼카노프스키를 더 인간적으로 보이게 했다. 그러나 일부 파이터들은 그를 멘탈이 약하다며 비판했다.

그때 뇌진탕만 아니었어도

그런 말 안 했을지도 몰라.

근데 감정적으로 너무 힘든 시기였고

솔직한 말이었어.

챔피언이었지만

그때는 내가 뭘 겪고 있는지조차

이해를 못 했거든.

그는 챔피언 시절 내내 스스로를 너무 바쁘게 몰아붙였다. 한 경기가 끝나면 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했고 돌아볼 시간도 자신의 성취를 즐길 여유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파이터 외에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균형 잡는 게 진짜 어려워.

세계 최고가 되려면 뭔가를 포기해야 돼.

난 ‘나만의 시간’ 따위는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했지.

그렇게 해야 챔피언이

될 수 있다고 믿었고 실제로 그랬어.

그래서 후회는 안 해.

하지만 지금은 휴식을 통해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아.

올해 36세인 볼카노프스키는 이제 다시 페더급 타이틀을 되찾을 기회를 얻었다. 2024년 일리아 토푸리아에게 타이틀을 빼앗겼지만, 토푸리아가 라이트급으로 전향하면서 벨트는 공석이 되었다. 볼카노프스키는 UFC 314 메인이벤트에서 디에고 로페스와 그 타이틀을 두고 맞붙는다.

이 기회는 그에게 새로운 관점을 심어줬다. 이제는 이 미친 듯한 삶 속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진짜 어려운 일이야.

파이터로서의 정체성이라는 게 커.

이걸 안 하면 내 존재 가치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

근데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느끼니까 더 많이 즐기고 싶어져.

그 정체성의 균형을 어느 정도 이룬 파이터가 한 명 있다. 바로 같은 시티 킥복싱 소속인 댄 후커다. 그는 UFC 305에서 감롯과 혈투를 벌이던 중 코너 캠에 이런 말을 남겼다.

나 이거 진짜 좋아해.

하지만 후커도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경험과 부상으로 인한 강제 휴식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젊고 고집 셀 땐 모든 걸 당연하게 여겨.

근데 부상당해서 못 싸우게 되면

그게 당연한 게 아니란 걸 깨닫게 돼.

정신과 육체를 극한으로

몰아가는 이 경험은

이 스포츠 말고는 없거든.

전엔 그냥 경기만 끝내고 싶었어.

근데 경기 끝나고 항상 우울했지.

그 다음 경기만 기다리니까.

그러다 보니 깨달은 거야.

지금 이 순간이 진짜 좋은 부분인데

그걸 놓치고 있었단 걸.

은퇴한 파이터들과 이야기해 보면 다들 이 말을 한다. 철창 안으로 걸어 들어가던 그 감정, 관중의 함성, 경기 전의 긴장감과 두려움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미화된다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은 은퇴 후엔 결코 다시 느낄 수 없는 감정이라는 것.

볼카노프스키도 이제 커리어의 끝이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그래서 더 이상 그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얼마나 더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고통과 희생 끝에 이 자리에 왔고, 이젠 정말 그걸 ‘인간’으로서 즐기고 싶다고 한다.

이번엔 정말 기대돼.

내가 가진 걸 다 보여주고

인간으로서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고 싶어.

잠시 휴식도 있었고

나도 성장했어.

이번엔 벨트를 허리에 두르고

진짜 ‘나’로서 그걸 즐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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